삶의 잔잔함

늙고 병든 어머니와 고마운 아내.....(퍼온글)

밤나무골 2007. 1. 31. 14:32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서울에 사는 딸 둘을 둔 45세의 가장이다.
지금 부산 형님 댁에 1926년생(82세) 늙고 병든 내 어머니가 계신다. 
이번 설에 내려가면 어머니를 우리집으로 모시고 올라올 예정이다.
 
1992년 내가 총각 때 서울에서 빌라에서 혼자 자취하는 나를 보러 오셨다가 아들 밥이라도 따뜻하게 해 먹이겠다고 내려가시지 않고 서울에서 같이 살게되었고, 내가 1994년 결혼한 후 함께 살던 중 아내가 유산을 하게 되자
 
어머니는 당신 때문에 며느리가 스트레스 받아 유산한 것으로 판단하셨고,
1996년 첫아이가 안정적으로 임신된것을 확인하자 부산으로 훌쩍 내려 가셨다.
 
나는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다락방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집에 대한 집착이 너무나 강해 총각때 청약으로 받은 부산의 LG아파트가 1996년 입주할 수 있게 되어 어머니가 살수있도록 해드렸다.
 
그러던 중 1997년 어머니는 중풍으로 쓰러져 4개월간 입원 치료를 했지만
몸이 많이 불편하여 가까이 있는 형님아파트로 가게 되었고, 얼마지나지 않아 형수님은 형님에게 이혼 청구 소송을 하였고,
병든 어머니로 인해 형님은 이혼을 하게 되었다. 
 
이혼 후부터 지금까지 형님 아파트에 계시면서 가까이 사는 누님이 간병하면서 오늘에 이르렀고, 한분계신 누님도 손주가 둘이나 되는 할머니다 보니 어머니의 식사며 기저귀 갈아드리고 목욕 시키기가 너무나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며칠전 내가 아내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나에게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절대로 안되는 "한가지 소원"이 있으니
내 이야기를 잘 듣고 나를 좀 도와달라!
 
늙고 병든 어머니를 우리집으로 모셔와서 임종 하실때까지 내가 직접 목욕시켜 드리며 돌봐 드리고 싶다.
지금 내가 어머니를 돌봐 드리지 못하면 나는 평생 죄를 짓는 것과 같으니,
당신이 다소 힘들 더라도 나를 이해하고 도와다오! 라고 말했더니....
 
아내는 울먹이면서 그렇게 하세요. 하면서 나도 맘이 너무 아파요.
당신이 아들중에서 제일 효자인 것은 알지만,
당신이나 나는 지금 보다는 다소 힘들 것이라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도 당신에게 보험 한가지만 들고 싶네요.   
친정 부모님도 나중에 시머니 처럼 늙고 병들면 언니와 동생들이 있지만 그때는 당신이 나를 좀 도와 주세요. 하면서 펑펑울어 버렸습니다.
 
다음날  
아내는 애들 둘의 침대를 한방으로 옴겨 놓고,
아파트에서 햇빛 잘들고 전망좋은 작은방을 어머니방으로 비우기 시작 했다
 
부산의 누님에게 전화해서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다면서 어머니 옷이나 짐은 꼭필요한 것만 보내세요.
제가 새로 다 사드릴께요. 하는 소리를 듣고 나도 맘속으로 울었다.
 
어머니가 오시면 내가 매일 목욕을 시켜드려야 겠다.
어릴때 장마철 미꾸라지 잡아려다 풀에 끓힌 다리를 우물가에서 씻어주며
아까징끼 발라주던 어머니 모습을 기억하면서.....
 
 
 
 

 
딸기야!
올해 초등5학년이 되는 우리큰딸의 애칭은 딸기 입니다.
 
아내가 임신 중 11월경 딸기가 먹고 싶다고 딸기를 사오라고 하여 밤에 딸기를
사러 갔는데, 
딸기를 찾기가 정말 힘들고, 딸기찾아 돌아다니다가 어렵게 어떤 과일가게에서 딸기가 있어 반가운 마음에 얼마냐고 물으니 15,000원 이라고 하여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어
값이 싼 단감을 한줄 사가지고 집으로가 아내에게 딸기가 없더라고 거짓말을 하고 단감을 깍아주었습니다만,
 
아내는 단감을 하나도 먹지 않고 배를 만지며 딸기야! 니네 아빠가 딸기를 안사준다. 딸기야! 하여 큰딸 애칭이 딸기가 되었고....
 
그때 딸기가 비싸다고 못사다준 내 마음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렀고....절약하며 정말 열심히 살아 지금은 중소기업 사장이 되어 우리 딸기가 먹고 싶은 것은 무었이든 다 사주어 살이 포동포동찐 딸기가 되었습니다
 
아빠 : 딸기야!
         부산에 아프신 할머니를 서울로 모셔와 우리집에서 같이 살려고 하는데
         니 생각은 어떠냐?
 
딸기 : 음...좋아요.
 
아빠 : 할머니가 집에서 똥을 쌀지도 모르는데....
 
딸기 : 늙으면 애기가 되 잖아요. 엄마는 안치우면 아빠랑 나랑 치울까?
 
아빠 : 딸기야!
         아빠와 엄마도 늙으면 할머니 처럼 기저귀차고 있거나 집에서 똥을 쌀 
         지도 모르는데  너와 동생은 그때 엄마와 아빠를 돌봐 줄수 있겠냐?
 
딸기 : 설마? 그래도 돌봐 줘야지....
         근데 아빠!
         목욕시키고 할때는 엄마 아빠가 무거우니까
         그때 써먹게 아들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빠 : 니 신랑 시키면 돼잖아!

딸기 : 헉! 아빠 나 시집 안갈래!
 
아빠 : 왜?
 
딸기 : 그냥?
 
아빠 : 니 동생 신랑한테 시킬까?
 
딸기 : 아빠! 지금부터 늙지마! 내가 안 늙는 약을 개발해 볼께!
 
아빠 : 내 맘대로 안된다.
 
         아빠가 중학교때 배운것이 조금 생각난다.
 
         어버이 살아 실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것이 이뿐인가 하노라!
 
         옛 부터 효도는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조상들도 효를 강조한거 란다. 
 
딸기 : 늙어도 중풍 안걸리면 똥 안쌀수도 있 잖아!
 
아빠 : 똥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 란다.
         중풍에 안걸리려면 자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부모님 속을 안썪여
         야 하는데.....
 
딸기 : 아빠! 나하고 동생하고 공부 열심히 하고 속 안썪일께!
 
아빠 : 손가락으로 도장 찍어라!
 
아빠와 딸기는 이렇게 도장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