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잔잔함

아부지....(퍼옴)

밤나무골 2007. 1. 31. 15:10
기억(記憶) 저 편의 아버지께 드립니다!
 
아버지!
아버지가 못 견디게 그립습니다.
불혹(不惑)의 중반에 선 막-둥이가 그립고 보고픈 아버지께
용서를 비 오며 부디 저버리지 마시고 등불 되어 인도하여 주십사 떼써 듯 하소연해 봅니다.
 
오월!
해마다 오월이면 아버지의 모습이 다시금 절절이 생각납니다.
제 나이 스물 두 살이었던 이십 이 년 전 그 해,
오월의 아버지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도 인내하시며 당당하시고 말씀 없이 침묵하시던 아버지!
연세가고희(古稀)를 넘긴칠십사세의시점,조국의부름을받은 까까-머리 막-둥이
군(軍)입대배웅차, 동리 어귀 논두렁 언저리에 앉아 빨리 가라 깡마른 손 내어 저으시며
돌아서서 보이지 않으려 했던 아버지의 눈물을 볼 수밖에 없었던
주름진 얼굴과 뒷모습은 지금도 차마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아버지와의 마지막 작별(作別)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철부지 막-둥이 그렇게 아버지와의 작별을 고하고는 영원(永遠)한 아버지와의 작별이 되어
어느 덧 이십 이 년이 지난 세월 앞에, 힘들고 지친 거부할 수 없는 현실 앞에
힘을 부여 해 달라 목메어 아버지를 부르며 뜨거운 눈물 흘립니다.
흔들림이 없어야할 불혹(不惑)에 덕(德)이 모자라, 인내(忍耐)가 부족하여
아버지를 부여잡고 싶은 처절한 심정이랍니다.
 
아버지! 용서하세요.
아버지 먼저 가시고 어머니를 제대로 봉양치 못해 쇠약해져
팔십 넷의 연세에 배채우기 바쁘던 지난날 보다 풍요(豊饒)롭고 좋은 세상곱게지나지못하시고
삼년 째 눈이 멀어 활동력을 잃고 누워만 계신 어머니를 보노라면 자꾸만 눈물이 앞서 옵니다.
삼년이란 시간은 저를 키워주신 이십 여 년과는 비교해서도 비교될 수도 없지만
겨우 삼년을 모시고 힘들어하는 이 못난 자식,
아버지의 날카로운 마음으로 인생의 매를 한없이 맞고 싶은 심정뿐입니다.
온통 하얀 머리, 주름진 얼굴, 검정 고무신, 지게......
그리고 막걸리 한잔에 취하시어 부르시던 진양-조(調) 한 가락
- 돈 나고 사람 낳야? 사람 낳고 돈 나지! -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기억은 생생히 남아 있지만
저 또한 아버지 가신 길을 가게 될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것은
마지막 임종의 순간은 뒤로 하더라도 생(生)의 끝!
흙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길도 보지 못했기에,아버지에 대한 아픈심사 가슴깊이 남아 있지만
아버지 살아 어머니 말벗되면 이토록 힘들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아쉬움에 다시금 부르고 또 불러 봅니다.
아버지 떠나시고 이십 이 년!
그리 흘러간 세월에 막-둥이도 또한 처자식 거느린 가장이지만
요즘처럼 아버지가 그립고 보고 싶은 날은 없었는 듯 합니다.
삼년 째, 두 눈 멀어 빛을 잃으신 어머니를 모시며
지난 날 이 막-둥이 아버지와 그리 이별하고 아버지께 못 다한 자식의 도리를
어머니께 더더욱 정성을 다하고자 하지만, 나날이 심해지는 어머니의 투정과 치매(痴呆)등으로
생활에 더해가는 굴곡은 나날이 강도를 더해가고 어머니 투정 짙을 수 록 굳은 마음도,
다졌던 정성도 약해지며 날로 미워지기만 하는 어머니를 어찌해야 하나요?
 
아버지!
아버지가 보고프고 그리워 이 자식 눈물짓지만 용서해 주세요.
지난 날 객지(客地)생활을 하다 고향집을 가노라면 이른 시간이나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간이나
언제나 아궁이 불 지펴 새 밥, 따뜻한 밥을 지어 내놓으시던
어머니의 막-둥이에 대한 사랑과 정성을 잊지 않고 있지만
그 한없는 사랑에 보은으로 다 채워드리지 못하고 어머니의 투정에
마음의 갈등과 미움이 앞서는 이 아들, 참으로 못났지요?
한결같은 정성으로 혼(魂)을 다해서 오로지 자식을 위해 베풀고 보담아 주시며
키워주신 어머니이거늘, 겨우 삼년을 모시고 힘들어 하니 참으로 이 아들 미웁지요?
낳고 기른 정(情)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도 비교될 수도 없지만
자꾸만 더해가는 어머니의 알 수 없는 투정에 화가 나고
다정보다는 큰소리가 목줄을 더해가니, 참으로 비통(悲痛)한 심정입니다.
 
아버지 !
삶에 있어 모든 것은 경험하며 지나봐야 진정한 의미를 안다는 것처럼
살아생전 아버지의 지고한 뜻도, 어린애인양 과자 달라보채는어머니의인생역정(歷程)도 알지만 막-둥이 너무 힘들고 지쳐 슬피 탄식(歎息)하는 나날입니다.
어머니 살아계신 날까지 마음과 정성을 다해 자식의 도리를 다하리라 다짐하지만
나약한 인간이기에 시시(時時)로 힘에 부쳐 지치는 자신을 봅니다.
 
아버지! 도와주세요. 힘 좀 실어 주세요!
막-둥이 군에 보내놓고 걱정하셨지만 벌써 강산이 두 번 변한 이십 이년이란 세월이 흘러
중3과 초3인 두 아들 착하고 도덕적 인생을 살려 열심이기에 제 마음 한량없고
처 또한 삼시 어머니 끼니 모시는데 내색 없지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하늘에 닿아 가슴 저린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어
이렇게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 남모를 슬픔과 통곡을 하염없이 쏟아 붓고 싶습니다.
 
아버지 정녕! 힘 좀 실어주세요.
어머니 남으신 여생(餘生)편하게 향유(享有)하시고 평온(平溫)히 막-둥이 곁을 떠날 수 있도록
아버지 부디 등불 되어 인도(引導)하여 주소서. 푸르른 오월에 아버지께 간절히 빌어 봅니다.
-- 2004. 5월. 하늘나라에 먼저가신 아버지를 그리며 지상(地上)에서 막-둥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