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잔잔함
어느 시어머니의 고백..(퍼옴)
밤나무골
2007. 1. 31. 15:12
이글은 MBC라디오 여성시대에서 |
스크랩한 글입니다. |
. |
☆어느 시어머니의 고백☆ |
얼마전 뉴스를 듣는데 |
90살 노부부가 치매에 걸려서 |
동반자살을했다는 기사를 들었습니다. |
지금 내 나이보다 30여년을 더 사시면서 |
얼마나 힘들고 고달펐겠는가 싶더군요. |
저는 또한 얼마전까지는 그래도 |
하루하루 사는 기대를 가졌었답니다..후.... |
차마 제 주위에 아는 사람들에겐 |
부끄러워 말할수 없었던 한 달여동안의 |
내 가슴속 멍을 털어보고자 |
이렇게 어렵게 글을 적어 봅니다. |
내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 고등학교때 |
남편을 잃고 혼자 몸으로 대학보내고 |
집장만해서 장가를 보냈죠. |
이만큼이 부모로서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제 아들놈 장가 보내놓았으니 |
효도한번 받아보자 싶은 욕심에 |
아들놈 내외를 끼고 살고있습니다. |
집장만 따로해줄 형편이 안되서 |
내 명의로 있던 집을 |
아들명의로 바꿔놓고는 함께 살고있지요. |
남편 먼저 세상떠난 후 아들 대학까지 |
공부가르치느라 공장일이며 때밀이며 파출부며. |
생전 처음 안해본 일이 없이 고생을 해서인지 |
몸이 성한데가 없어도 어쩐지 아들 내외한테는 |
쉽게 어디 아프다란 말하기가 |
왜그렇게 눈치가 보이는지..... |
무릎관절이 안좋아서 매번 며느리한테 |
병원비 타서 병원다니는 내 신세가 |
왜 그렇게 한스런지..... |
참.모든 시어머니들이 이렇게 |
며느리랑 함께 살면서 눈치보면서 |
알게모르게 병들고있을겁니다. |
어디 식당에 일이라도 다니고 싶어도 |
다리가 아파서 서서 일을 할 수가 없으니 |
아들한테 짐만 된거같은 생각마져 듭니다. |
며느리가 용돈을 처음엔 꼬박 잘 챙겨 주더니 |
이년전 다리가 아파서 병원을 다니면서부터는 |
제 병원비 탓인지 용돈도 뜸해지더라구요, |
그래도 아따금씩 아들놈이 지 용돈 쪼개서 |
꼬깃꼬깃주는 그 만원짜리 세네장에 |
내가 아들놈은 잘 키웠지 하며 |
스스로를 달래며 살았지요. |
그런데 이따금씩 만나는 |
초등학교 친구들한테 밥한끼 사줘보지도 못하고 |
얻어만 먹는게 너무 미안해서 |
용돈을 조금씩 모았는데 |
간혹 며느리한테 미안해서 |
병원비 달라소리 못할때마다 그 모아둔 용돈 |
다 들어쓰고 또 빈털털이가 되더라구요, |
그래서 정말 친구들한테 맘먹고 |
밥한번 사야겠단 생각에 |
아들놈 퇴근길목을 지키고 서있다가 |
야야.용돈 좀 다오. |
엄마 친구들한테 매번 밥얻어먹기 미안해서 |
조만간 밥한끼 꼭 좀 사야안되겠나. |
어렵게 말을꺼냈더니만 아들놈 하는말이 |
엄마 집사람한테 이야기 할께요 |
그러곤 들어가지 뭐예요. |
내가 괜히 말을 꺼냈는가 싶기도 하고 |
며느리 눈치 볼 일이 또 까마득하더라구요. |
그렇게 아들놈한테 용돈 이야길 한지 |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답이 없길래 |
직접 며느리한테 "아가야, 내 용돈 쫌만 다오. |
친구들한테 하도 밥을 얻어먹었더니 |
미안해서 밥한끼 살라한다,했더니 |
며느리 아무 표정도 없이 |
4만원을 챙겨 들고와서는 내밀더라구요. |
4만원가지고는 15명이나 되는 모임친구들 |
5000원짜리 국밥 한그릇도 못먹이겠다 싶어서 |
다음날 또 며느리를 붙들고 |
용돈좀 다오 했더니 2만원을 챙겨 주더라구요, |
그렇게 세차례나 용돈 이야길 꺼내서 |
받은 돈이 채 10만원이 안되더라구요. |
그래서 어차피 내가 밥사긴 글렀다 싶어서 |
괜한짓을했나 후회가 되더라구요 |
차마 병원비 달라소릴 더 못하겠더라구요, |
그래.내가 자식놈들 살기 어려운데 |
뭘 자꾸 바라나 싶어서 나 자신을 나무라면서 |
덩그라니 방에 앉아 집지키는 강아지 마냥 |
자도자도 좀처럼 가지않는 |
시계만 쳐다 봤지요. |
가만 생각해 보니깐 |
괜히 돈을 달랬나 싶어지길래 |
며느리한테 세번에 거쳐 받은 |
10만원 안되는 돈을 들고 며느리 방으로 가서 |
화장대 서럽에 돈을 넣어뒀지요. |
그런데 그 서랍속에 |
며느리 가계부가 있더라구요. |
난 그냥 우리 며느리가 |
알뜰살뜰 가계부도 다쓰는구나 싶은 생각에 |
가계부를 열어 읽어 나가기 시작을 했는데. |
그 순간이 지금까지 |
평생 후회할 순간이 될줄은 몰랐습니다 글쎄 |
9월14일 왠수 40000원 |
9월15일 왠수 20000원 |
9월17일 또 왠수 20000원 |
처음엔 이 글이 뭔가 한참을 들여다 봤는데 |
날짜며 금액이 내가 며느리한테 |
용돈을 달래서 받아간 걸 적어둔 거더라구요. |
나는 그 순간 하늘이 노랗고 |
숨이 탁 막혀서 자리에 주저앉아 |
한참을 남편 생각에 아니 인생 헛살았구나 |
싶은 생각에 아무것도 할수가 없더라구요. |
한첨을 멍하니 있다가 |
들고 들어갔던 돈을 다시 집어들고 나와서 |
이걸 아들한테 이야기 해야하나 |
말아야 하는가 생각을했는데 |
차마 말을 할 수가 없더라구요. |
왜냐하면 내가 이 이야길 하면 |
난 다시는 며느리랑 아들 얼굴을 보고 |
함께 한집에서 살 수가 없을거 같더라구요. |
그런 생각에 더 비참해지더라구요 |
그렇게 한달 전 내 가슴속에 |
멍이들어 한10년은 더 늙은 듯 하네요. |
얼마 전 들은 그 90대 노부부의 |
기사를 듣고나니깐 |
그 노부부의 심정이 이해가 가더군요. |
아마도 자식들 짐 덜어주고자 |
자살을 선택하지않았나 싶어요. |
며느리랑 아들한테 평생의 |
짐이된단 생각이 들때면 |
가끔 더 추해지기전에 죽어야할텐데 |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
그래도 이제 곧 손자녀석도 태어날텐데 |
자꾸 그때 그 며느리의 가계부 한마디때문에 |
이렇게 멍들어서 더 늙어가면 안되지 싶은생각에 |
오늘도 수십번도 더 마음을 달래며 고치며 |
그 가계부의 왠수란 두글자를 잊어보려 합니다. |
차라리 우리 며느리가 |
이 방송을 들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
이젠 자식 뒷바라지에 다 늙고 |
몸 어디 성한데도 없고 일거리도 없이 |
이렇게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지내는 일이 |
얼마나 힘든 일과 인지 모르시죠? |
이 세상 부모로서 꼭 전하고싶은 말이있습니다. |
세상에서 자식한테 받는 소외감은 |
사는 의미 뿐만 아니라 지금껏 살아 왔던 |
의미까지도 무의미해진다라고 말입니다. |
오늘 괜히 두 분께 이렇게 |
큰소리한번 쳐봅니다. |
이제라도 이렇게 방송을 통해서 |
가슴아팠던 심정을 털어 놓았느니 |
며느리 눈치안보고 곧 태어날 |
손주녀석만 생각하렵니다. |
요즘은 내가 혹시 치매에 |
걸리지나 않을까싶은 두려움에 |
책도 열심히 읽고 인터넷 고스톱도 치고 |
그렇게 컴퓨터를 붙들고 시간을 보냅니다 |
이젠 자식 눈치보고살지 않을까 합니다. |
이렇게 용기내고 |
맘을 다독여서 열심히 살아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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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
인생 무상(人生無常) |
부모님의 높은은혜 태산보다 더높으며 |
부모님의 깊은은혜 바다보다 깊다하나, |
살면서도 못다함은 효성이라 하였것만 |
효자효부 나타남은 오랜가뭄 콩나기네. |
시집왔는 새색시는 시부모를 마다하고 |
장가들은 내아들은 살림나기 바쁘도다. |
제자식이 장난치면 싱글벙글 웃으면서 |
부모님이 훈계하면 듣기싫은 표정이네, |
시끄러운 아이소리 잘한다고 손뼉치며 |
부모님의 회심소리 듣기싫어 빈정되네. |
제자식의 오줌똥은 맨손으로 주무르나 |
부모님의 기침가래 불결하여 못견디네. |
제자식의 용돈에는 풍성하게 던져주고 |
부모님의 용돈에는 인상쓰고 빈약하네. |
간식봉지 들고와서 아이손에 넘겨주고 |
부모위해 고기한근 주는것은 인색하네. |
애완동물 병이나면 가축병원 달려가도 |
늙은부모 병이나면 그러려니 태연하네. |
열자식을 키운부모 하나같이 귀하것만 |
열자식은 한부모를 귀찮스레 제쳐두네. |
자식위해 씀씀이는 아낌없이 하였것만 |
부모위해 씀씀이는 하나둘씩 따져보네. |
자식들의 손을잡고 외식함도 잦었는데 |
늙은부모 위해서는 외출하기 어렵다네. |
젊은이의 무상(無狀)인가 시대의 변천인가 |
생사흥망(生死興亡)이 덧없는 허사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