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잔잔함

아빠...(퍼옴)

밤나무골 2007. 1. 31. 15:11
퇴근을 앞둔 시간...전화벨 소리가 울렸습니다.
발신자 정보에 "아빠" 라고 뜨네요
사실 지금껏 아빠의 전화를 받아본적이 없었죠.. 처음으로 그렇게 벨이 울려 아빠임을 확인했을때 무슨일이 있나 걱정하면서 전화를 받았답니다.
아빠께서 말씀 하시기를 ---주말에 왜 전화도 없었냐구 전화기다렸다 말씀하십니다...
전화를 기다리셨다는 말에 조금은 쑥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죄송한 마음이 들어 시간내서 집에 한번 들리겠다는 말로 핑계아닌 핑계를 대면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빠가 나를 보고싶었다고 ....전화 기다렸다고 하시는 말씀이 왜 이렇게도 마음 벅찬걸까요...
이제 결혼한지 6개월이 지났네요...사실 예전부터 아빠와의 사이가 그다지 좋지 못했기에 어린시절엔 난 크면 빨리 결혼해서 집 나갈꺼다 집 나갈꺼다 주문아닌 주문을 외울정도였답니다.
특별히 잘못한일이 없어도 사사건건 혼내시고 제가 하는일 하나하나가 못마땅하셨는지 아빠는 절 혼내려만 하셨어요
그런 아빠가 왜 그렇게도 미웠었는지 ....그렇게 미웠던 아빠이기에 빨리 아빠곁을 떠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결혼을 앞두고 참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미웠고 나와의 사이에서 애정도 없다고 생각했던 아빠지만...막상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고 아빠의 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왜 그렇게 죄송한일 뿐이었는지....
사실 우리 아빠 건축현장에서 인부를 일하세요....아주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도 그 일을 하시죠....
중학교때였나 ...길에서 우연히 저를 보았는데 제가 아빠를 보고도 아빠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모른체 지나쳤다며 저를 크게 혼내신적이 있었어요..
사실 저는 아빠를 보지 못했었지만 아빠는 제가 일부러 피했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예요 속으로 얼마나 서운하셨을지...
괜히 속상해하셨을 옛일이 떠올라 무척 마음이 아팠답니다...
아빠가 그러시더군요....니 결혼식날 울지 않을꺼라고...딸 시집보내 속 시원한데 왜 우냐고...
한편으로 많이 서운하기도 하고 진짜 나에게 애정이 없는게 아닐까 의심도 많이 됐었답니다...
나중에 알게된 이야기지만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집에 인사드리고 신혼집으로 우리를 보내고....
우리 아빠 엄마 부둥켜안고 우셨다고 하네요.....길을 걷다가도 제 생각에 눈물 지으셨다는 우리아빠....
무척 놀랍기도 하고 제 생각에 눈물 지으셨을 아빠의 모습에 저 역시 눈물 짓고 말았었죠...
정말...부모의 사랑은 아무도 모르나봅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서운해하고 미워하고 그랬던 제 모습이 어찌나 부끄럽던지 제 마음을 아빠는 알고나 있을까요?
아빠를 모시고 외출을 하던길 거리에서 본 아빠의 모습에 무척 놀랬었죠..
집에서 볼때는 여느때와 같은 그런 근엄한 아빠였는데 햇살에 눈을 찡그리시는 아빠의 얼굴에 어찌나 많은 주름들이 자리잡고 있었던지...
우리 아빠 많이 늙었구나...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감추었답니다.
그렇게 호통치시고 젊기만 하실거라 생각했던 아빠의 얼굴에 어느새 주름이 가득차 있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안쓰러워졌나봐요...
그 모습이 가슴짠해지던걸 아빠는 알까요...
얼마전엔 갑자기 아빠 생각이 나서 전화를 드렸죠..
일하고 계실 시간을 피해 점심시간에 전화를 드렸더니 상기된 목소리로 웃어주시며 좋아하시는 아빠의 모습에 자주 자주 전화드려야겠다 다시 마음 먹었답니다.
그토록 당당하시고 호통치시던 아빠의 모습이 온데간데 없고 가족의 정이 그리워 자식의 정이 그리워 제 목소리 만에도 웃어보이시는 아빠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지는군요
이래서 사람은 결혼을 해야 철이 든다고 하나봅니다...
이미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부모님의 소중함이 느껴지니 전 이제야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아직도 아빠에게 한번도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습니다.
한번도 미안했다고 그동안 아빠를 미워했던거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했답니다.
큰딸로서 부모님의 힘이 되어 드려야했는데 아직 한번도 든든한 힘이 되어드리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후회되는것은 결혼을 앞두고 왜 지금껏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지 못했는지....내 평생의 후회로 남을것만 같네요...
하지만 입으로 말해내지는 못했지만 항상 제 마음 속에는 감사의 마음이 함께한다는것을 알아주실테지요..
 
아빠...지금껏 큰딸로서 제대로 해드린것도 없어요 마음속 표현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빠 고생하시는 것초차 모른체 했답니다.
철없던 딸이지만 이 못난 딸을 보고파해주시는 우리아빠...
점점 나약해지시는 아빠의 모습에서 그 동안 제가 얼마나 잘못한게 많았는지 새삼 느끼게 되네요 왜 그리도 미움으로 대했었는지 저 자신을 질책하게 되네요...
아빠...이제 하나가 아닌 둘로 아빠 앞에 섰으니 우리 두사람이 아빠에게 정말 잘할께요...
훗날 아빠를 생각하며 눈물 짓지 않게 정말 잘할께요...
오래전 그때처럼 언제나 저희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아주세요....
지금껏 쑥스러워서 한번도 전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당당히 말하려 합니다.
아빠 미안해요~그리고 아빠 사랑해요..오래오래 건강하셔야해요...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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