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잔잔함

엄마....(퍼옴)

밤나무골 2007. 1. 31. 15:09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늘곁에서 내편이 되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축복받은 일인지 나는 잘 알지못했습니다.
그저 늘 곁에 계셔주신 엄마의 모습을 보며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고등학생때에도 그저 나 잘난 줄만 알고 대들고 속섞였던 딸을 보시며 많이 속상하셨죠. .. 그래도 언제나 따뜻하게 품어주신 부모님이 안계셨다면 난 지금쯤 어디서 무얼하면서 시간낭비를 했을지 모르겠네요..
그땐 왜 마음과 행동이 그렇게 틀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자식도 아니고 막딸이고 외동딸이라고 아부지가 얼마나 절 이뻐했는지 잘알고 있는 제가.. 그러면 안되는것이였는데.. 너무나 못되게 굴었네요..
시집가기 전까지도 몰랐습니다.. 부모님이니까 제가 못되게 굴어도 다 받아주시니까..
제가 무심코 던지는 말이 상처가 될수도 있다는걸 미처 생각못했어요.. 철이 없고 지금 생각해보면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요..
그땐 엄마의 잔소리가 너무 싫어서 이담에 내 아이에겐 간섭하지 않고 키워야지 했는데.. 지금 저의 모습은 그옛날 엄마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가고 있네요
엄마가 제게 한 잔소리는 사랑과 걱정을 담은 애정의 소리란걸 알았어요...
너무 이른나이에 엄마라는 이름을 먼저 가지고 시집가는 저를 보며 어떤마음이셨을지 그땐 생각해 본적이 없었네요..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시집오기전에 엄마 아부지께 잘하고 올것을...
첫아이 낳던날.. 내가 왜 소리한번 질르지 안았는지 아나요? 엄마 나그때 정말 아팠어요.. 처음에 너무 아파 정신없던 그때 내뒤에서 숨죽여 아절부절 못하시며 곧 울것같은 표정의 엄마얼굴을 보면서 차마 소리내어 울수가 없더라구요...
그렇게 아이를 낳고나서 가장먼저 보고 싶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아나요..
남편도 아이도 아닌 엄마였어요... 우리엄마... 문뒤에서 안절부절못하고 기다리고 있을 엄마가 보고싶더라구요..
그렇게 철없던 제가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때.. 그제서야 알았네요..
엄마 뱃속에서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태어났고, 나는 엄마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아픔을 주며 태어났다는걸...
아이낳고 나서야 우리 두남매 키우시느라 그 곱던 손이 굳은살이 베이고 단단해졌으며, 검었던 머리에 흰머리도 듬성듬성보이기 생기기 시작했다는것을 알았네요..
전 그동안 눈에 보이는 모습만을 기억해두었던거 같습니다..
그렇게 알고 살아왔던게 너무 죄스러워서. 우리엄마 아부지 그동안 이 못난 딸때문에 얼마나 가슴아프고 , 속상했을지. 난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겠죠
미안해요.. 이렇게 아이를 낳고난뒤에 알아서요. 좀더 엄마 아부지를 도와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빨리 시집가게 되서 죄송해요..
지나간 시간 되돌릴수 없지만 엄마 아부지 속상한거 제가 다 보상해줄수 없지만, 앞으로 부모님 곁에서 엄마에게 아빠에게 감사하는 마음가지고 살아갈께요..그리고 그마음 잊지않고 기억해뒀다가 갚을께요...
엄마 앞으로 더 아프지 말고 아빠랑 지금처럼 행복하게 사랑하며 사세요..
제가 얼마나 축복받고 또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였는지 알게되었네요.. 세상의 부모의 사랑만큼 크고 깊은 사랑이 없다고하죠... 다음 생에도 제 부모님으로 태어나 주세요..
두분이 절 사랑해주셨기에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게 되었어요.. 이제 제가 받은 사랑을 제 아이에게 되돌려 줄꺼랍니다.. 두분이 제게 준것처럼.. 저도 제 아이를 위해서 살아갈께요..
많이 힘든 요즘 부모님 곁에서 두분을 업고 가줄수 있는 자식들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힘내세요..
엄마와 아부지께 늘 두분편이 되어줄 가족이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가요~
엄마아빠 사랑해요..
이젠 두아이의 엄마가 되버린 큰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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