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잔잔함

엄마...(퍼옴)

밤나무골 2007. 1. 31. 15:08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따뜻한 햇살이 온누리를 골고루 비쳐주고,
화사한 꽃들과 초록빛 잎사귀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이 아름다운 계절에 당신은 그 좋아하시던 꽃한송이, 풀한포기 보지 못한채 빈방에 혼자 덩그런히 누워계십니다.
어린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당신의 모습은 단아한 한복차림에 곱디고운
화단과 채마밭을 가꾸시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모습을 멀리서 보면 반가움에
뛰어가서 그 넓은 치마폭에 안기고는 했습니다.
당신만의 향기를 맡으면서 어리광을 부리곤 했었지요!
항상 집안을 정갈하게 가꾸시고,
갖가지 꽃을 심으셔서 온동네를 환하게 만들곤 했던 당신!
동네 이웃사람들도,장날 지나가시던 시골사람들도 꽃씨랑,꽃모종을 얻어가시곤 했었던 아쳬?기억들!!
그런 당신이 세월의 흔적을 어쩌지 못해 이젠 하루하루 힘겹게 생명의 끈을 부여잡고 계십니다.
십여년전, 그렇게도 사랑하시던 아들이 투병끝에 세상을 떠나자
삶의 의욕을 버린당신...
밤이면 아파트 건너 외진곳에서 혼자 숨죽여 우시던 당신...
그나마 말동무가 되어주시고 아픔을 함께 나누기도 하셨던 아버지마저 그다음해 세상을 떠나시자 더이상 삶을 지탱할 힘이 없으셨던 당신은 정신적인 공황상태로 빠지게 되셨지요!
우울증이 진전되어 나타난 치매로...
형만한 아우없다더니, 아무도 그런 당신을 돌보려고 하지 않아
막내인 제가 모시게 되었지요!
하지만, 밤낮없이 죽은아들한테 가겠다고 우기시고,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오면 짐싸놓고 기다리시다 안된다고 짜증내는 딸의 말에 서운하셔서 몰래 집을 나가셔서 밤새도록 어디에서 헤매시는지 돌아오시지 않던 당신...
그 숱한 나날을 전쟁치르듯이 보낸 5년의 시간들...
그 고통도 부족해서 어느날 당신은 앞이 안보인다고 하셨죠!
걱정스런 그말에 병원을 찾았으나, 이미 녹내장으로 앞을 볼 수가 없게 되셨고, 수술하게 되면 심장이 워낙 약해서 생존율이 50%라고 하시던 의사선생님의 청천벽력과도 같던 그 말씀...
돌아서서 오던 길은 왜그리 자신이 한심스럽던지...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렸지요!
딸자식이라는 전 제 일만 급급했고,힘들게 하는 당신을 그저 원망만 하다가 이렇게까지야 오고 만것을...
그렇다고 생존을 위한 직장생활을 포기할 수도 없어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듯이 그렇게 몇달을 지냈지요!
기억력이 1분도 안되는 당신,
이제 눈마저 볼 수가 없어서 온세상이 캄캄한 당신!
저녁에 퇴근할때면 1초도 지체를 못하고 뛰어올때 머릿속은 온갖 불안감을 떨칠수가 없었지요!
그러다 문을 열고 들어가 '엄마'하고 불렀을때 대답이 있으면 그 안도감이란...
그런 시간들이 몇달간 지속되던 어느날!
당신은 화장실에서 쓰러지시고 급기야는 엉덩이에 뼈가 금이 가게 되어 병원에서 수술하게 되었으나, 활동을 하실 수가 없게 되어 방에서만 지내게 되었고,점점 근육을 쓰지않아서 모든 근육이 퇴화되어 누워있게만 되었습니다.
이젠 욕창과 가려움증으로 고통을 겪으시는 당신...
오늘도 이 못난 딸자식은 혈액순환이 잘 안되어 퉁퉁부은 당신의 두발을 주물르면서 눈물과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날,
이렇게 아름다운날,
아무것도 볼 수가 없이 누워서 고통을 겪는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란 사실에 제 자신이 밉고 한심할 뿐입니다.
그래도 단 하루라도 더 더 더...
옆에 계셔주시길 바라는 맘뿐입니다.
아무리 힘이 없고 힘들게 하는 당신이더라도 당신이 있기에
든든하고, 의지하게 됨을 절감하면서 오늘도 당신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엄마! 잘못한게 많은 딸이어서 정말 미안해요!하고
말씀드리면, 괜찮아! 부모자식간에 미안한게 뭐가 있어!하시면서 제 손을 꼭 잡아주시는 당신!!
오늘도 '엄마'하고 불러 볼 수가 있어서 전 행복합니다.